장마가 물러가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7월 마지막 주말이었습니다. 가까운 시장에 볼일이 있어 들렀다가 길게 늘어선 수조에 가득 담긴 대하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벌써 통통하게 살이 오른 대하들이 마치 제철이 왔음을 자랑이라도 하듯 활발하게 헤엄치고 있더군요. 이렇게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8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대하구이 제철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내륙 지방에 살다 보면 이맘때 수산시장은 신선한 대하를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저도 그 광경을 보는 순간 군침을 참을 수 없어서 얼음 가득한 박스에 담긴 대하를 한 상자 사 왔습니다. 8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대하구이 제철 시기가 왜 이 시기인지, 신선한 대하는 어떻게 고르는지, 그리고 집에서도 맛집 부럽지 않게 구워 먹는 비결까지 지금부터 낱낱이 알려 드리겠습니다.
목차
대하구이 제철은 언제일까
흔히 대하는 가을이 제철이라고 알고 계신 분이 많은데요. 이는 절반의 정답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하의 산란 시기가 지나고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때가 8월 하순부터 10월 초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온이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하는 9월 초중반이 되면 단맛이 가장 진해져 입안 가득 퍼지는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매년 이때쯤이면 시장으로 달려가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이맘때 수확한 대하는 크기도 크지만 알이 가득 들어 있어서 한 마리만 집어 들어도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표로 보는 대하 시기별 특징
올해처럼 폭염이 일찍 찾아오면 대하가 빠르게 성장해서 8월 초부터도 알이 잘 든 대하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맛이 좋은 시기는 역시 9월 초중반입니다. 아래 표를 참고하시면 시장 가기 전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 구분 | 기간 | 상세 |
|---|---|---|
| 제철 | 8월 하순 ~ 10월 초 | 살이 오르기 시작하며 담백한 맛 |
| 절정 | 9월 상순 ~ 중순 | 단맛 절정, 알이 꽉 참 |
| 끝물 | 10월 중순 이후 | 살이 빠지며 껍질이 질어짐 |
신선한 대하 고르는 비결
시장에서 대하를 고를 때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눈이 맑고 투명한지, 두 번째는 몸에 비해 머리가 지나치게 크지 않으면서 단단한 탄력이 느껴지는지입니다. 활발하게 헤엄치는 살아 있는 개체가 제일 좋지만, 얼음 위에 놓인 냉장 상품이라면 배 마디에 윤기가 흐르는 것으로 고르시면 됩니다. 간혹 머리에 검은 반점이 있거나 몸 전체가 붉게 변색된 것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피하시는 게 좋아요. 그리고 대부분 사람이 놓치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다리 색깔입니다. 다리가 투명하면서 하얀빛이 도는 것은 그만큼 막 잡아 올렸다는 증거입니다. 이왕이면 몸통 뒤 꼬리지느러미까지 선명하게 붙어 있는 것을 고르면 실패할 일이 없습니다.
집에서도 쉽게 만나는 일품 대하구이
구이 시간과 불 조절만 알면 성공
맛있는 대하구이를 위해 불 조절은 정말 중요합니다. 우선 팬을 센 불에 2분 정도 달군 다음 식용유를 아주 살짝 두릅니다. 그 위에 손질한 대하를 올리고 중약불로 낮춰 3분간 구워 주세요. 이때 뚜껑을 닫아야 수분이 날아가지 않아 촉촉합니다. 3분이 지나면 뒤집어서 소금을 조금 뿌리고 다시 2분 정도 익히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비릴 걱정이 없고, 입에 넣으면 껍질이 바삭 씹히면서 단내가 확 도는 것이 정말 일품입니다.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데도 굳이 바닷가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지요.
머리부터 꼬리까지 알뜰 활용
대하를 손질하면서 버리는 머리와 껍질은 그냥 버리기 아깝습니다. 저는 이걸 모아서 매콤한 칼국수 육수나 볶음밥의 재료로 활용합니다. 특히 대가리째 볶아낸 버터구이는 향이 아주 고소해서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입니다. 머리 안쪽에 있는 내장은 비리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밀가루에 살짝 묻혀 부쳐 먹거나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먹으면 영양도 고소함도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또한 구운 대하 위에 참기름 살짝 두르고 송송 썬 실파를 올리면 고소한 비주얼이 끝내줍니다.
이번 여름 대하로 든든하게
대하구이 제철은 사실 그리 길지 않습니다. 8월 말부터 10월 초중반까지, 이 기간을 놓치면 일 녀석이 따로 없지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저는 결심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대하를 거르지 말고, 3일에 한 번은 꼭 챙겨 먹자고 말이에요. 이렇게 직접 구워 먹고, 남으면 해산물 파스타에 올려 먹고, 남은 대가리는 육수로 우려내면 사계절 내내 맛있는 밥상이 완성됩니다. 여러분도 올여름엔 시원한 수분 가득한 대하구이로 더위를 이기고, 소중한 사람과의 평화로운 한 끼를 스스로에게 선물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 맛에 자꾸만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하 손질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산 지라면 냉장실에서 해동한 뒤 흐르는 물에 가볍게 흔들어 씻고, 가위로 눈 위와 다리 부분을 잘라 주세요. 이때 등 쪽 마디를 살짝 잘라 내장(머리쪽에 있는 검은 것)을 빼내면 훨씬 깔끔합니다. 다만 손질하는 동안 너무 오래 두면 단맛이 빠질 수 있으니 가볍게 헹궈 바로 조리하시는 게 좋아요.
Q. 구울 때 뒤집다 깨질 때가 있는데
A. 껍질째 끓는 물에 소금과 청주를 넣고 살짝만 데쳐 봉지째로 얼리면 깨지지 않을 뿐 아니라 다음에 구울 때도 모양이 말랑합니다. 얼리기 전에 반드시 체에 받쳐 물기를 빼 주시고, 팬에 놓고 익힐 때는 센 불을 피하지 마시고 초반 2분간 강불에서 굽듯 지져 주시면 쉽게 깨지지 않아요.
Q. 남은 대하는 어떻게 보관하나요?
A. 한 번 익힌 대하는 식혀서 밀폐용기에 보관하고, 최대한 빨리(1~2일 안에) 드시는 게 좋습니다. 다시 먹을 때는 전자레인지보다는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데우면 맛이 유지됩니다. 혹시 생물을 냉동 보관하실 거라면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지퍼백에 밀봉해 보관하시면 모든 맛이 다 합쳐져 오히려 더 깔끔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